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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조은의 블로그

뱅크샐러드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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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을 끝으로 뱅크샐러드를 퇴사했다. 오늘은 뱅크샐러드를 퇴사한 이유와 과정을 나눌까 한다.


퇴사한 이유

가장 큰 이유는 성장의 정체다. 뱅크샐러드에서 3년 넘게 일하며 J커브는 아니더라도 제법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 성장했다. 성장 곡선이 완만해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뱅크샐러드 안에서 새롭거나 도전적인 일을 시도했다. 덕분에 여러 팀을 경험했고 다른 언어로 개발해볼 기회도 있었다. 매니저(Engineering Manager) 역할을 해보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팀을 옮기더라도 성장 곡선이 변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뱅크샐러드 전체가 내게는 세이프 존이었다. 이처럼 성장이 완만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두려웠다. "N년 후, 나는 시장에서 가치 있는 엔지니어일까?"라는 물음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웠다.

내가 느끼는 성장의 정체가 뱅크샐러드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뱅크샐러드는 여전히 엄청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조직이다.


퇴사하는 과정

결심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동료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물 먹은 종이처럼 마음이 무거워져서 도무지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기적으로 굴어야 했다. 동료들을 향한 애정과 미안함보다 개인의 성장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담당 매니저와 1on1(일대일 면담)을 잡고 내 결심을 알렸다. 감사하게도 결심을 번복할 수 없냐는 제안을 몇 차례 받았다. 흔들리는 순간도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왜 떠나야 하는지 생각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끝내 오프보딩(Offboarding)을 진행하겠다고 했을 때 매니저를 비롯한 많은 동료가 내 결정을 존중해주었다. 계속 교제하자 약속하며 같은 회사의 동료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했다.


오프보딩

그간 맡아왔던 일을 정리하고 담당자를 지정했다. 지난 3월에 안식 휴가를 다녀오며 이미 많은 부분을 위임한 상태였기에 비교적 마무리가 수월했다. 생각보다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과 내가 알고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끝까지 애를 쓰긴 했는데 정작 같이 일하는 담당자들은 내가 마음이 떴다고 느꼈을 것 같아 미안했다.

인사 담당자와 만나 서류를 작성하고 권한을 정리했다. 코드 오너에서 내 이름을 지우는 순간이 가장 기분이 묘했다. 후련하면서도 서운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이런 날이 오다니...'


1on1과 퇴사 부검

퇴사 사실을 모든 동료에게 직접 알리진 못했다. 소문으로 소식을 전해 들은 동료들에게서 1on1 신청이 왔다.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산책하며 왜 떠나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가 공감과 응원으로 화답해주었다.

여러 차례 1on1을 반복하다 보니 내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 정리된 생각을 바탕으로 퇴사 부검 노트를 만들었다. 넷플릭스의 퇴사 부검 메일이 좋은 참고 자료였다. '왜 떠나는가?',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아쉬운 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 사내 메신저에 공유하는 것을 끝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다.


퇴사자의 마음

서두에서 5월 6일이 끝이라 했지만 실제론 남은 휴가를 소진하느라 4월 28일이 마지막 출근이었다.

보름 정도 외부인으로 지내보니 묘한 감정이 든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무진장 애썼고 뱅크샐러드를 사랑했으니 후회는 없다. 애틋하다고 해야 할까. 함께 했던 동료, 함께 이룬 문화, 함께 만든 서비스에 대한 애정과 그 모든 게 더 잘됐으면 하는 응원의 마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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