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조은의 블로그

지친 어른들에게 권하는 책

2021.10.16.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한창 베스트셀러에 진열되어 있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당시 얻은 교훈은 '현재에 충실하라'정도였다.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던 '카르페디엠', '현재(Present)는 선물이다'와 궤를 같이 했다.

십여 년이 지나 다시 이 책을 읽었다. 일종의 추억여행이었다. 주위에 물어보면 연금술사가 인생 책이라는 사람도 제법 된다. 그만큼 많이 팔린 책이고 무난하게 좋은 내용을 담은 책이라 다시 읽어봄직하다 생각했다.

다시 읽은 <연금술사>에선 '자신만의 삶을 살아라'는 메시지가 와닿았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서론에 담긴 누가복음(10장 38~42절) 인용구와 나르키소스와 호수의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니 그 메시지에 힘을 준 것임이 확실해졌다.

하나의 사건, 서로 다른 시선

책에 인용된 누가복음은 마르다와 마리아의 이야기다. 마르다는 예수님을 집으로 초대했다. 시중드느라 바빴던 마르다는 일을 모두 자신에게만 떠맡기고 예수님 곁에서 말씀만 듣고 있는 자신의 동생 마리아도 일을 도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한다. 그때 예수님은 마리아가 선택한 몫을 뺏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나르키소스와 호수 이야기에서는 숲의 요정들이 나르키소스가 죽고 애도하고 있는 호수에게 말을 건다. 요정들이 아름다운 나르키소스가 죽어 슬프겠다고 위로하자 호수는 정말 나르키소스가 그토록 아름다웠는지 되려 묻는다.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느라 그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선 두 이야기 모두 하나의 사건(예수님의 방문/나르키소스의 죽음)에서 서로 다른 두 시선(마리아/마르다, 나르키소스/호수)을 보여준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비관했던 마르다와 달리 호수는 타인의 삶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책에선 저마다 다른 삶의 양식이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걸 깨닫고 자신의 삶을 찾아 살아내라고 말한다. 그게 바로 '자아의 신화'다.

자신의 보물을 찾는 일

주인공 산티아고는 양치기로 살다가 보물을 찾아 이집트로 떠난다.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에서 만난 연금술사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이 책의 제목이 연금술사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이 문장이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보물을 찾는 것, 그러니까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는 자신만의 보물을 찾는 게 우선이다. 그건 아마 가치, 원칙, 꿈, 목표, 관계 등으로 치환될 수 있을 것이다. 남들과 비교할 필요 없다. 경쟁도 필요 없다. 자신만의 보물을 찾아 비교하지 말고 묵묵히 하루하루를 소신 있게 살아라. 타인을 통해 자신을 비관하지 말고 타인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라. 그게 파울로 코엘료가 연금술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